‘말투는 브랜드의 인격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인격을 일관되게 보여주는 메시지 설계가 없다면 어떨까요? 브랜드가 남기는 모든 말에는 그 브랜드가 무엇을 믿는지가 배어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당신의 채널은 어떤 날은 혁신을 외치다가, 다른 날은 안정만을 강조하고 있지는 않나요? 홈페이지의 소개 글은 원대한 이상을 말하는데, 정작 고객 문의 답변은 차갑고 기계적이지는 않습니까? 마치 어제와 오늘의 목소리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이죠.
이런 불일치는 독자에게 혼란을 주고 신뢰를 갉아먹습니다. 단순히 톤앤매너 가이드가 없어서가 아니라, 브랜드 메시지 구조가 부재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편(메시지 설계란 무엇인가)에서 우리는 메시지 설계가 “브랜드의 존재 이유를 언어로 세우는 전략”임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설계도가 훌륭해도 도면대로 쌓지 않으면 건물은 기울어집니다.
Core Messaging 2편에서는 메시지의 깊이를 구성하는 세 층, 철학·톤·콘텐츠로 이루어진 브랜드 메시지 구조를 중심으로 브랜드 언어를 체계적으로 설계하는 방법을 다룹니다.
1층 브랜드 메시지 구조의 기초, 철학
철학은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에 대한 명료한 선언이며 모든 메시지의 출발점입니다. 철학이 명확하면 메시지는 일관성을 얻고 변화하는 트렌드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북극성을 갖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추상적인 표어가 아니라 행동을 이끄는 문장으로 적는 것입니다. “고객 중심”처럼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추상어 대신 “복잡한 정보를 누구나 이해하는 언어로 바꾼다”처럼 실제 행동이 보이는 언어를 선택해야 합니다. 철학 문장은 짧고 단정하게, 가능한 한 동사 중심으로 만들면 실무에서 재사용하기 좋습니다. 외부 커뮤니케이션과 내부 문서에서 같은 문장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정체성이 각인됩니다.
Check Point 철학 진단하기
– 우리 브랜드는 세상에 어떤 가치를 더하려 하는가?
– 우리는 어떤 변화를 믿고 있으며 왜 지금 필요한가?
– 지금 발행하는 이 콘텐츠는 그 믿음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철학이 없는 메시지 전략은 목적지를 잃은 문장들의 무덤일 뿐입니다. 방향을 잃은 채 흩어져 결국 아무것도 말하지 못합니다.
2층 메시지 구조의 태도, 톤
톤은 1단계에서 세운 철학이 ‘소리’를 얻는 순간입니다. 같은 신념도 어떤 어조와 태도로 말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줍니다. 톤앤매너는 브랜드의 인격이며, 독자와 감정적인 관계를 맺는 핵심 요소입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브랜드를 한 사람으로 상상해 성격을 형용사 3~5개로 정의하고, 각 형용사에 맞는 구체적인 언어 규칙(Do/Don’t)을 마련하세요. 이 규칙은 어휘 선택, 문장 길이, 문장의 리듬, 감정의 온도를 통제하는 기준이 됩니다.
| 구분 | 따뜻한 브랜드 (예: 마켓컬리) | 단호한 브랜드 (예: 애플) |
| 문체 | 대화체, 공감 중심 (“OOO님을 위해 준비했어요”) | 선언체, 명료 중심 (“새로운 막이 열립니다”) |
| 어휘 | 일상적, 감성적 단어 포함 (샛별배송, 꼼꼼한) | 간결한 키워드, 직설적 표현 (Magical, Pro) |
| 리듬 | 여백이 느껴지는 부드러운 문장 | 짧고 강하며 자신감 있는 문장 |
Check Point 톤 점검하기
– 문체는 대화체인가 선언체인가, 우리 철학과 어울리는가?
– 어휘는 일상적·감성적인가, 아니면 간결하고 직설적인가?
– 문장 리듬은 여백을 살리나, 짧고 강한가?
– 이 문장은 우리가 정한 성격과 일치하는가?
톤은 철학이 입는 옷입니다. 애플의 “Think Different”라는 철학이 미니멀하고 자신감 있는 어조를 입을 때 비로소 완성되듯, 옷의 질감이 신뢰를 만듭니다.
3층 브랜드 메시지 구조의 완성, 콘텐츠
콘텐츠는 1층의 철학과 2층의 톤이 독자의 눈앞에서 증명되는 영역입니다. 블로그 글, 영상, SNS 이미지, 뉴스레터의 한 문장까지 모든 표현은 철학과 톤이 실행된 결과로 드러나야 합니다.
같은 주제라도 1층과 2층의 조합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예를 들어 “AI 글쓰기 도구 활용법”이라는 주제를 다룬다고 해보죠. 효율성을 철학으로 삼고 전문가 톤을 쓰면 “업무 시간을 단축하는 AI 글쓰기 워크플로우 7단계”가 나옵니다. 반대로 인간 중심 철학과 다정한 톤을 택하면 “AI가 대신 써주는 시대, 우리가 직접 써야 하는 이유”라는 성찰형 콘텐츠가 됩니다. 표면적으로 비슷해 보여도 뿌리와 목소리가 달라지면 독자가 받는 인상은 전혀 달라집니다.
Check Point 콘텐츠 적용하기
– 이 아이템은 어떤 철학 문장을 실행하는가?
– 정한 톤 규칙이 문장·비주얼·CTA에 반영되었는가?
– 다른 채널로 변환해도 같은 목소리가 유지되는가?
사례로 보는 파타고니아의 일관성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3층 구조가 하나로 맞물릴 때 어떤 힘이 나오는지 보여줍니다.
1층 철학은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입니다. 2층 톤은 진정성 있고 단호하며 행동을 촉구합니다. 3층 콘텐츠는 이를 구체적으로 증명합니다. 블로그 글에서는 “우리가 블랙 프라이데이에 ‘사지 말라’고 광고했던 이유”를 설명합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낡은 자사 제품을 수선하는 “Worn Wear” 캠페인을 보여줍니다. 제품 태그에는 “이 재킷을 만들며 발생한 탄소 발자국”을 명시합니다.
모든 접점이 철학을 같은 톤으로 증명하니, 메시지는 문장을 넘어 브랜드의 행동으로 각인됩니다. 콘텐츠는 말의 증거입니다.
브랜드 메시지의 일관성은 메시지 구조에서 나온다
브랜드 메시지 구조는 철학 → 톤 → 콘텐츠의 방향으로 작동해야 합니다. 역순으로 콘텐츠부터 만들고 나중에 철학을 덧붙이면 메시지는 반드시 흔들립니다. 채널의 일관성이 깨졌다면 원인은 분명합니다. 1층 철학이 모호하거나, 2층 톤이 규정되지 않았거나, 3층 콘텐츠가 둘을 반영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빠른 자가 진단 방법이 있습니다. 최근 게시물 5개를 골라 제목, 핵심 문장, 사용하는 단어, CTA를 비교하세요. 같은 철학 문장에서 출발해 같은 톤 규칙으로 말하고 있는가? 한두 개라도 어긋난다면 구조의 어느 층이 흔들리는지 표시하고 보강 계획을 세우면 됩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구조의 두 번째 층인 톤 오브 보이스를 깊이 탐구하며, 브랜드의 인격을 세밀하게 설계하는 방법을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