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K-콘텐츠 시장을 돌아보면, 올해는 넷플릭스가 선택한 ‘맥락의 전략’이 확실하게 드러난 시기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연초에 ‘Next on Netflix’에서 공개했던 ‘다양성’과 ‘맥락 중심’ 기조는 단순한 메시지가 아니었습니다. 2024년 내내 지적된 ‘규모 중심’ 전략의 한계를 경험한 뒤,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 전략의 중심을 완전히 다시 잡았고, 특히 4분기 예능 라인업의 성과는 그 변화가 옳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글로벌 순위는 성공했지만, 정작 한국에서 멀어졌던 2024년
2024년은 넷플릭스의 한국 작품 라인업이 ‘글로벌 1위’라는 외형의 이면에 있는 문제를 가장 뚜렷하게 드러낸 해였습니다. <경성크리처>와 <스위트홈 시즌 2>는 해외 Top10에 오르며 흥행 지표를 확보했지만, 국내 시청자들은 “진부하다”, “국내 오리지널 시리즈인데 한국적 맥락이 없다”는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글로벌에서의 긍정적 지표와 한국에서의 낮은 공감도가 동시에 나타난 것이죠.
성공의 방향이 어긋난 배경도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를 휩쓴 이유는 제작비나 스케일이 아니라, 한국적 맥락을 섬세하게 번역한 스토리텔링 덕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많은 제작사와 플랫폼이 이 성공을 단순히 ‘크고 비싸게 만들면 된다’는 방식으로 오해하며, 한국 제작물의 경쟁력인 진정성을 약화시키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시장은 넷플릭스에게 ‘가장 빠른 시험장’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의 반응을 유독 민감하게 보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은 단순한 내수 시장이 아니라, 넷플릭스에게 전 세계 전략을 검증하는 핵심 테스트베드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시청자는 완주율이 높고 비판이 빠르고 정확하며 감정선의 변화를 잘 포착하고 입소문 확산 속도가 빠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공감선을 잃는다는 것은, 글로벌 확장 전략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Core Messaging 관점에서도 메시지가 핵심 타깃의 맥락에서 멀어지는 순간, 브랜드 진정성이 급격히 약해지는 리스크가 발생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2025년, ‘모두를 위한 이야기’에서 ‘각자를 위한 이야기’로
2025년 넷플릭스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략을 명확하게 전환했습니다. <오징어 게임 시즌 3>처럼 대형 프로젝트는 유지하되, 중심축은 ‘작고 강한 맥락’으로 이동했습니다. <계시록>, <사마귀>, <멜로무비>, <폭싹 속았수다> 등 장르별 팬덤을 정밀하게 겨냥한 작품들이 연중 고르게 성과를 냈습니다.
이 변화는 단지 제작 방식의 조정이 아니라, ‘누구에게 어떻게 보일 것인가’를 재설계한 Core Visibility 전략의 조정이었습니다. OTT 경쟁이 치열해진 환경에서, 넷플릭스는 대중 전체를 향한 콘텐츠가 아니라 타깃별 깊이를 통해 시장을 다시 쥐는 방식을 선택한 것입니다.

예능의 급부상, ‘감정 번역’에 가장 적합한 장르
2025년 넷플릭스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예능의 전면적인 부상이었습니다. 연초 예고대로 9월부터 매달 1편 이상 예능을 공개했고, <피지컬:100>은 아시아 버전으로 확장되었으며, 나영석 PD의 첫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까지 론칭되며 흐름을 가속화했습니다.
예능이 중요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예능은 드라마와 달리, 각본 없이 ‘날것의 맥락’을 직접 전달합니다. <피지컬:100>이 전 세계에서 통했던 것도 서사가 아니라 인간 본능이 드러나는 장면이 공통 감정선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예능은 제작비는 드라마 대비 낮고 문화 번역이 쉬우며 SNS 전파력은 오히려 더 강합니다. 넷플릭스는 예능을 통해 ‘감정의 공통어’를 빠르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 셈입니다.
규모의 경쟁은 끝났고, 이제는 맥락의 경제
2024년이 ‘규모 중심 전략의 한계’를 드러낸 해였다면, 2025년은 넷플릭스가 ‘맥락 중심 전략’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해였습니다. 넷플릭스는 다시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왔습니다. “한국적 맥락은 무엇인가?”, “이 감정선을 어떻게 글로벌 공감으로 번역할 것인가?”
2025년의 결과는 이 질문에 대한 넷플릭스의 답변입니다. 한국적 서사의 힘은 결국 자본 규모가 아니라, 맥락의 깊이와 공감의 밀도에서 나온다는 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올해 그 사실을 콘텐츠 성과로 입증했습니다.